자랑하는 버릇 고치기

누구나 스스로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자랑하고 싶기 마련이다. 나는 어릴 때 누군가가 디지털 기기를 자랑하면 그저 부러워했다. 내가 초등학생 때 친구가 신형 핸드폰을 들고 와서는 자랑을 하는데 그 친구에게 몰려들면서 엄청난 관심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때는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시기와 질투보다는 그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져버린(?) 나도 엄마한테 달려가 사달라고 울면서까지 졸랐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자, 남들이 하는 자랑은 시기와 질투로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 건 내가 자랑을 할 때는 재밌다는 것이다. 남들이 하는 자랑은 듣기 싫은데 내가 하는 자랑은 재밌다는 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기적이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남들도 나와 같은 것 같다고 느꼈다.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은 친구들을 만날 때 자식 자랑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는 자식 자랑을 들어 본 적도, 하지도 못하는 입장에서 양쪽의 입장이 어떤 기분일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자식 자랑을 할때 돈을 내면서까지 한다는 말을 들었다. 모임에서 자랑할 사람이 돈을 내어놓으면 사람들은 군말없이 자랑을 들어주는 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잠시 충격을 먹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돈을 내면서까지 자식 자랑을 하고싶어 한다고 한다. 이 내용이 정말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자랑도 서로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야 맞장구를 치고, 놀라워하고, 부러워할텐데 공감대가 서로 맞지 않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자랑을 하게 되면 당연히 상대방에겐 듣기 싫은 잔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먼저 물어봐주어서 대답과 덧붙여 자랑하는 건 상대방에게도 궁금함에 대한 답변을 얻을 수 있기에 서로 윈윈이다.

최근에 친구가 회사를 이직하였는데, 친구에게 이직한 회사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했었다. 친구는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함께 회사 자랑을 덧붙이며 대답해주었는데, 나에게 도움이 되는 답변이 필요했기에 거부감없이 친구의 자랑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모임에서 이 친구가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회사 자랑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속으로 '얘는 우리가 부러워 했으면 하나?' 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랑의 정도가 지나치진 않아서 냅두었다. 또 어느 날은 똑같은 자랑을 두 번하길래 "그 얘기 이미 한 번 들었어"라고 말하자 "아 그래? 미안" 하며 멋쩍게 웃어 넘긴 적도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서 일방적인 자랑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겠다라고 깨달았었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자랑을 하는 횟수는 줄이고, 상대방이 질문할 경우에만 덧붙여서 하는 식으로 해볼 예정이다. 아마도 나는 자랑하는 것을 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언가를 해냈다. 무언가를 얻었다. 무언가를 샀다. 라는 성취감과 더불어 자랑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을 때 사기를 올려줄 뿐만 아니라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서로에게 시기 질투하지 않고, 서로를 귀찮게 하지 않는 그런 자랑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